이데일리
"AI기본법, 규제 모호·구체성 부족…기업 혁신 저해 우려"
작성일 2025.07.15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인공지능(AI)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AI기본법)이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하면서 우리나라는 유럽연합(EU)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포괄적인 AI 규제법을 제정했다. 사단법인 ‘착한법만드는사람들’이 지난 18일 개최한 ‘AI기본법의 한계와 개선 방향’ 세미나에서 법률 및 AI 분야 전문가들은 AI기본법과 관련한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다.
AI 기본법은 기술 진흥과 신뢰 확보라는 두 축을 담고 있다. 고영향 인공지능과 생성형 인공지능에 대한 규제를 도입하면서, 고영향 AI에 대해서는 ‘사람의 생명·신체의 안전 및 기본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거나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인공지능 시스템’으로 정의했다. 이 법은 3년마다 AI 기술 및 산업 진흥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대통령 소속 국가인공지능위원회를 설치하며, AI 사업자에게 투명성과 안전성 확보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오는 2026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리걸테크앤AI포럼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구태언 변호사(법무법인 린)는 이번 세미나 발제를 맡아 고영향 AI 개념의 추상성을 지적했다. ‘중대한 영향’의 기준이 모호해 규제 대상의 범위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또한 어떤 AI 행위가 금지되거나 제한되는지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고, 정보기관이나 수사기관의 AI 활용을 견제하는 장치가 미흡하다고 비판했다.
구 변호사는 또 고영향 AI의 범위가 넓게 설정될 경우 기업의 혁신이 저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내 규제로 인한 추가 부담이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으며, 산업 분야별 기존 규제와 새로운 AI 기본법 사이의 정합성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데이터법정책학회장을 맡고 있는 이성엽 고려대 기술법정책센터장(교수)은 수평규제인 AI 기본법과 도메인별 수직규제가 병립되며 중복규제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기본법임에도 구체적인 권리·의무 관계를 정하는 규정이 많아 개별법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으며, 금융·의료·제조 등 분야별 규제와 AI 기본법 간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배수영 변호사(법무법인 파트원)는 시민사회의 관점에서 금지해야 할 인공지능에 대한 구체적 규정이 부재하고, 영향 받는 자의 권리 및 구제 조항이 미비하다는 점을 짚었다. 또한 인공지능 인권영향평가가 ‘노력할 의무’에 그치며, 국방·국가안보 목적 AI를 법 적용에서 제외해 통제장치가 부재하다는 점도 한계로 꼽았다.